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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마인크래프트 세상을 3조 원에 사들인 마이크로소프트

by For the Universe 2022. 8. 26.

  마인크래프트가 세상에 처음 선보인 시기는 2011년입니다. 마인크래프트를 해보시지 않은 분 들은 이게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기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레고 같은 네모난 블록을 마음대로 쌓아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드는 놀이입니다. 블록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블록마다 흙, 돌, 나무, 전자석 등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장점은 마인크래프트가 샌드박스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샌드박스는 말 그대로 모래상자를 의미합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큰 상자에 모래가 담겨있고, 거기에 여러 장난감을 함께 넣어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생각하면 됩니다. 모래로 이것저것 만들며 쌓아서 놀다가 부셔서 다시 만드는 식입니다.

 


  마인크래프트를 처음에 만든 기업은 마르쿠스 페르손, 칼 매네, 야콥 포르세르가 설립한 스웨덴의 게임회사인 모장스튜디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9월에 모장스튜디오를 우리 돈 3조 원에 인수하여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를 손에 넣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모장스튜디오를 인수하던 당시에는 인수가가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인수라 평가합니다.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컴퓨터, 스마트폰, 비디오게임기 등에서 모두 접속이 가능한데, 비디오게임기용 소프트웨어는 2019년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1억 7천 6백만 장을 넘어서, 역대 비디오게임 판매량 1위를 달성했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한 달 평균 유저 수가 1억 1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인원이 마인 그래프로 메타버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본 사람들, 특히 성인들은 꽤 의아해합니다. 마인크래프트의 캐릭터와 배경 이미지는 최근에 유행하는 멋진 게임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조악합니다. 효과음 역시 형편없습니다. 대체 이런 게임을 사람들은 왜 좋아할까요? 마인크래프트를 가장 좋아하는 연령대는 초등학생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에서 대체 무엇을 할까요? 앞서 마인크래프트의 대표적 특성으로 샌드박스 게임을 언급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 안에는 불국사, 경복궁, 첨성대, 타지 마할, 에펠탑 등 세계의 주요 건축물들이 거의 모두 만들어져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만든 작품도 많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미국의 여러 대학이 학생들의 등교를 제한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버클리음악대학, 오벌린 칼리지 등의 학생들은 마인크래프트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 안에 자신이 다니는 대학을 똑같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운동장, 도서관, 강의실은 물론이고 기숙사와 푸드트럭까지 재현했습니다.

  현실 세계에 모이지 못하니, 마인크래프트로 실제 대학의 모습과 똑같은 거울 세계를 만들고, 그 메타버스 안에 모여서 대화하고 놀며 졸업식도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일본에서는 역시 코로나19로 등교가 금지된 초등학생들이 마인크래프트 안에 교실을 만들고 가상 졸업식을 진행하며, 이를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인 트위터에 공유했습니다. 거울 세계와 라이프로깅 세계를 연결한 것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이런 과정을 학교나 선생님이 이끈 게 아니라 초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20~50년 정도 되시는 분들, 즉 마인크래프트 비슷한 것도 없던 시절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 있다면 한번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우리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당시에 코로나19처럼 무서운 전염병이 퍼지고 있었다면, 우리 스스로 나서서 다른 형태의 졸업식을 계획하고 진행할 수 있었을까요? 일단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못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는 마인크래프트 안에 학교를 만들고 아이들을 들어오게 해서, 그 메타버스 안에서 아이들에게 역사, 과학, 사회 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매우 많은데, 좀 특별한 이야기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스웨덴을 여행하던 크리스와 에밀라는 스웨덴 중부지역에 거주하는 3천 명 정도만 사용하는 고 대 스칸디나비아 언어인 엘프달리아어를 접하게 됩니다. 일부 지역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언어인데, 사용하는 인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크리스와 에밀라는 엘프달리아어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중부지역 소수 민족의 문화, 역사, 그들이 사용하던 엘프달리아어를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가르치는 퀘스트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의 선생님들, 그리고 크리스와 에밀라는 왜 굳이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 안에 거울 세계를 만들까요? 현실 세계를 거울에 비춘 듯이 똑같이 보여 주면서, 학습에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효율적으로 확장해서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챕터의 시작 부분에서 거울 세계의 특징을 효율성과 확장성이라 했던 설명을 상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얼핏 보면 현란하고 화려한 게 임이 아닌데, 그런 게임에 세계인이 열광하는 이유, 특히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고, 교육에 활용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는 이유를 깊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그 이유를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것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노력정당화효과라고 부릅니다. 남이 만든 것, 이미 완성된 것보다 내 상상과 노력으로 직접 만든 것을 우리는 더 값지게 여기고 좋아합니다.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어른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그저 망가트리지 말고 따라오라고 지시만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노력정당화효과는 어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케아에서 무거운 박스를 집으로 옮겨와서, 혼자 가구를 조립하고 매우 행복해하는 어른의 모습은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아이의 마음과 같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어른들의 성향을 놓고 이케아 효과라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공부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거울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거울 세계를 만들지 함께 기대하고, 응원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