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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나이앤틱의 지구 땅따먹기

by For the Universe 2022. 8. 25.

  나이앤틱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IT기업입니다. 구글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가, 2015년에 분사하여 설립한 기업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포켓몬고는 나이앤틱의 대표 작품입니다. 나이앤틱은 포켓몬고 이외에 인그레스라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그레스 메타버스에서 참가자들은 계몽군과 저항군의 두 팀으로 나눠서 땅을 뺏는 전쟁을 벌입니다. 참가자들은 인그레스 안에서 요원의 신분을 맡습니다. 팀을 이뤄서 경쟁하거나, 혼자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됩니다. 인그레스는 스마트폰 GPS 정보에 기반하여 참가자가 있는 지역의 구글 지도와 연동해서 진행됩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신의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포탈이라는 거점이 나옵니다. 포탈에 특정한 장치를 설정하면 그 포탈은 내 소유가 됩니다. 지도안에 있는 포탈 세 개를 점령하면 삼각형 모양의 땅이 만들어지고, 그 땅이 내 것이 되는 규칙입니다. 인그레스는 기본적으로 땅을 빼앗는 경쟁 규칙으로 운영되는 메타버스입니다.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이런 놀이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스마트폰 인그레스 앱으로 지도를 보고, 실제 공간에 포탈이 나타나면 그 포탈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어린 시절 운동장에 서 친구들과 즐겼던 땅따먹기 놀이를 전 지구를 대상으로 즐기는 셈입니다.

  실제 공간을 움직이면서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인그레스에서는 GPS 정보를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GPS 정보를 조작해서 규칙에 어긋나게 땅을 점령한 요원이 발견될 경우, 인그레스에서 영원히 추방됩니다. 영원한 추방은 매우 무서운 벌입니다. 자신이 생활했던, 계속 생활하고 싶은 메타버스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요.

  국내에서 인그레스 메타버스를 즐기는 분들이 있지만, 해외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규모입니다. 그리고 인그레스는 기본적으로 구글 맵 정보를 바탕으로 작동되는데, 국내에는 구글 맵으로 막혀있는 지역이 아직 적잖아서 특정 공간에 도착하면 지형을 제대로 볼 수 없고, 검은색 화면만 나오기도 합니다.

  인그레스에서 사람들은 물리적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그들만의 규칙으로 땅을 차지하고 뺏습니다. 현실의 물리적 공간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생각할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요원 간에 물리적인 접촉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피자가게에 포탈이 열려서 그 포탈을 내가 점령했는데, 잠시 뒤에 누가 스마트폰을 들고 그 앞을 어슬렁거리더니 그 포탈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뜹니다. ‘저 사람도 인그레스를 하는구나. 저 사람이 내 포탈을 뺏어간 요원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실제 외국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요원끼리 물리적으로 충돌한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현실 속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즐기는 증강현실 메타버스이지만, 현실 공간을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익명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상황입니다. 또한, 땅따먹기를 하기 위해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과정에서 차를 태워주겠다면서 다른 이성 요원에게 이상한 행동을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현실과 분리된 메타버스이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현실을 증강한 메타버스이기에 의도치 않게 현실 세계와의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둘째, 소유권에 관한 문제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그레스의 지도에 등장하는 땅은 현실 세계에서 다른 이 가 소유한 사유지이거나 국가가 소유한 공유지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유지와 공유지의 주인에게 아무런 동의를 받지 않고 그 땅을 이용해서 메타버스를 구현한 게 인그레스입니다. 이런 상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967년 발효된 UN의 우주 천체조약에는 ‘어떤 정부, 기관도 우주를 소유하지 못한다.’ 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인 데니스 호프는 1980년부터 달, 화성 등에 대한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UN 조약이 천체에 관한 국가와 기관의 소유권을 금지할 뿐 개인의 소유권은 제약하지 않는 맹점을 이용했습니다. 호프는 1980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자신의 달 소유권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말도 안 되는 소송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조롱했지만, 놀랍게도 이런 주장은 법적으로 인정받아서, 달은 데니스 호프의 소유가 됩니다. 호프는 이후 루나 엠버시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축구장 절반 정도의 크기를 20달러 정도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축구장 하나 정도의 달 면적을 우리 돈 5만 원 정도에 구매하는 셈입니다.

  루나 엠버시는 현재까지 최소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루나 엠버시로부터 달의 토지를 분양받은 은 이 중에는 유명 정치인, 연예인들도 많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장사를 하려던 호프는 여러 소송에 휘말린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현실 세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증강된 세상, 증강현실 메타버스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인그레스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서버 및 관련된 지적재산권이 나이앤틱의 소유물임은 확실하지만, 인그레스 메타버스 전체를 나이앤틱의 소유물이라고 봐도 될까요?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대규모 분쟁이 발생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있습니다. 모 기업이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증강 현실 메타버스를 구현했습니다. 원래 그 지역은 오래된 단독주택이 많은 주택가인데, 메타버스를 즐기려는 외부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게 구는 경우가 많아서 지역 주민들이 메타버스 운영기업에 집단으로 항의한 것입니다. 증강현실 메타버스가 성장하면서 이런 분쟁이 더 잦아지리라 예상합니다.